▷ 책소개

이 책은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화가로 2021년 제33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한 곽훈 화백의 평생의 시 작업의 축적을 모은 시집이다. 오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여 현재는 경기도 이천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곽훈 화백을 영원한 청년으로 칭한다. 그는 늘 새로운 작품에 도전한다. 회화에서 도자기, 설치미술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 없다. 작품의 밀도와 긴장이 전혀 이완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에 놀란다.
“호주머니에 첼로 소리를 가득히 넣고/마른 나무 숲속”을 소요하고 있는 곽훈 화백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에게 나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언제나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감각 속에서 감각을 넘어선다. 그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유목적 사유의 실천자다. 안주와 안일을 용납하지 않는 곽훈 화백이 가을 초입에 ‘시인’으로 나타나 또 한 번 놀라게 하였다. 작품은 단순한 여기의 차원이 아니라 오랜 시간 시인의 감성으로 세계와 사물을 통찰하면서 읽어낸 내용들이 여러 편의 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집의 제목 『나는 원시인의 아들이다』가 시사하듯 이번 시집에서 곽훈 화백의 미학적 세계의 기원과 예술의 지향점이 ‘하구’ ‘마추피추’ ‘연어’ ‘백담사’ ‘숲속의 길’ ‘바다’ ‘팔’ 등 여러 작품에 나타나 있다. 시집 속에 담긴 작품들은 모두 천연의 시다. 할라잇(Halaayt) 같은 야생의 풋풋한 시편들이 시집 안에 가득하다. 출렁이며 다가오는 시들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시원의 숨결을 일깨우고 생의 맨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곽훈 화백은 고착화된 유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개성적인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천사가 보여주는 빛깔”을 탐색하고 있는 그의 시에서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화가의 시선으로 현상과 존재의 이면을 탐색하고 통찰하는 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나무는 별을 보며 키가 큰다”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나무의 눈을 보고 있다”

“꽃과 별 사이를 잇는 길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것이/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다”

“거울 속에는 무게가 없다”

“한 입 가득히 머금은 달빛을 뱉으면/거울 뒷면으로 부서져 흩어지는 별들”

“누군가 같이 있어서 듣지 못하여도/혼자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소리를/그 손이 감당하고 있다”

“연어는 내면으로 피를 태우며 죽는다”


시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에서 보듯 화가의 시선에 포착된 세계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와 독자의 가슴에서 진동한다. 기존의 정형화된 관념에 매몰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원시의 에너지를 질료로 한 이번 시집은 곽훈 화백의 삶과 예술 세계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귀한 텍스트이다.
“최고의 춤을 추고 난 다음에/신화로 남고 싶다”고 한 곽훈 화백의 아름다운 예술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 목차

1부 경주 박물관에서
2부 종점1
3부 백담사
4부 풍경
발문 기원의 상상력과 감흥의 흔적들 ㆍ홍일표 시인

▷ 저자소개

곽훈

Kwak, Hoon1941년 대구 출생196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1980년 C.S.U. L.A., M.A.1982년 C.S.U. LONG BEACH, M.F.A.주요수상1981년 C.S.U.L.B., DISTINGUISHEDALUMNUS AWARD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2021년 이중섭 미술상화가 곽훈은 1968년 한국미술사 최초로 전자음향장치를 이용한 전위적인 개인전을 개최함으로 그의 경력을 시작하였다.1974년 도미하여 1982년 당시 L.A. 시립미술관장이자 다다이즘의 창시자인 MARCEL IANCO의 딸 JOSIN IANCO에게 발탁되어 LA. MUNICIPAL ART GALLERY “NEW COMERS”에 개인전으로 참가하면서 미국화단에 화려하게 데뷔한다.이후 L.A.C.M.A. BIRMINGHAM 미술관 및 ORANGE COUNTY 미술관 등 미국 유수의 미술관과 중국 북경미술관, LONG BAO ZAI 미술관, 과천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미술관 전시와 NEW YORK의 CHALES COWLES 갤러리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100여 회 개인전을 가져왔다.